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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무기 조각들

자청의 <역행자> 북콘서트/강연회를 다녀왔다.

서론

나는 자기계발서는 절대로 읽지 않는 사람이었다. 작가의 성공법을 독자에게 강요하는 느낌이 들어 반골기질이 있는 나에게 거부감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친구가 자청의 강연회를 가보자고 제안했고, 새로운 경험이 될 것 같아 <역행자> 책과 강연회 티켓을 번들로 파는 상품을 구매하게 되었다.

 

 

여행 중에 급하게 읽은 <역행자>

 

 

책 역행자
비행기에서 읽었다.

 

강연회 전 주에 이탈리아 여행이 계획되어 있었고, 책은 출국 전 날에 도착했다. 적어도 책은 다 읽고 가야할 것 같아서 비행기, 기차 안에서 틈틈이 책을 읽었다. 역행자와 순리자라니, 어휘 참 똑똑하게 잘 사용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던 오타쿠가 경제적 자유를 이루기까지의 스토리텔링은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을만했다. "저런 사람도 해냈는데 나라고 못하겠어?"라는 생각을 들게 하는 것이 작가의 의도일테니 그 목적을 달성하기에 충분히 호소력있는 이야기였다. (인정하고싶지 않지만) 수입이 없는 나도 이렇게 될 수 있다는 약간의 희망이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책에서는 경제적 자유를 이룰 수 있는 7단계의 공략법을 소개한다. 많은 자기계발서에서 이야기하는 내용들임에도 '인생 공략법 7단계'라는 그럴듯한 용어로 잘 정리해 더 많은 사람들의 책 구매를 유도한 것 같다. 작가가 말하는 바에 거부감이 드는 사람은 '순리자'이기 때문에 자의식 과잉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라는 논리구조를 만들어내 책에 대한 비판을 1차적으로 방어한다.

 

나 또한 책의 모든 내용에 공감할 수는 없었지만 분명 새로운 결심을 하게 만드는 부분들은 있었다. 주로 문학에 치우쳤던 나의 독서 습관을 바꾸고 조금 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을 것, 그리고 떠오르는 모든 것은 바로 실천해볼 것! 이 두 가지 결심을 하게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책 값의 가치는 얻었다고 생각한다.

아, 그리고 이 책은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가끔씩 찾아오는 매너리즘을 이겨낼 수 있게 하는 역할도 했다. 작가는 글쓰기의 중요성을 매우 강조하는데 덕분에 블로그 운영이 마냥 밑빠진 독에 물붓기는 아니라고 응원받는 느낌이었다.

 

 

드디어 가게 된 <역행자> 강연회

 

 

자청 강연회 티켓

 

 

책을 구매하면서 받은 티켓을 잊지않고 챙겼다. 강연 장소 근처에 다다르니 참석자들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했다. '이 사람들도 모두 자청처럼 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온 사람들이구나.' 하며 묘한 동질감을 느꼈다. 

 

 

자청 강연회

 

북콘서트가 열리는 장소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큰 규모와 많은 사람들에 크게 놀랐다. 이렇게나 많은 팬이 있다니... 책의 내용이 모두 사실이든 과장이 섞여있든 분명한건 많은 사람들이 자청에게 열광하고있다는 것이다.

 

 

자청 강연회

 

자청이 등장하자 환호성이 울려퍼졌다. 전 주에 했던 또다른 자청의 강연에 오고 또 온 사람들도,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들도 많았다. '이 정도로 유익한 강연이란 말인가.'라는 생각과 함께 기대감도 점점 고조되었다. 특히나 뒤에 ppt로 띄워놓은 '올해 보낸 하루 중 가장 가치 있는 하루가 되길'이라는 말이 마치 오늘 하루로 나의 인생이 달라질 것이라는 희망을 주는듯 했다.

 

 

자청 강연회
자청 강연회

 

북콘서트의 진행자로 신사임당이 등장했다. 신사임당이 확실히 말솜씨가 좋다. 클래스101에서 자청의 온라인 강의를 들으면서도 느꼈지만 자청은 정말 말을 잘 못하다. 강연회에서도 책 내용과 관련하여 말을 하는데 정리가 제대로 안되는 느낌이었다. 오히려 자청의 횡설수설을 신사임당이 딱 정리해주어서 MC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잘 하셨다.

 

이 날의 강연 내용은 <역행자>를 압축한 것인데 참 아쉬운 점이 많았다.

우선 강연 자체가 신사임당과 자청이 찍는 유튜브 컨텐츠였고 가장 앞 줄에서 카메라가 계속 촬영 중이었다. 심지어 7가지 공략법 중 4번까지만 이야기하고 나머지는 유튜브 채널에서 보라며 강연이 마무리되었다. 중요한 내용이 있을까 싶어 노트와 펜을 가져갔는데 필기해온 것은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책보다도 깊이가 없었던 강연 내용에 실망감이 컸다.

 

물론 자청은 대단한 사람이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어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이를 실천으로 옮겨 경제적 자유를 이룬 것은 분명 대단하다. 하지만 그가 만들어낸 공략법이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되어 역행자로 만드는 것이 가능한가에 대해서는 더 의구심이 생기게 되었다. 내용들 중에서 취할 것은 취하고 흘릴 것은 흘리면서 나만의 행복을 찾는데 활용하고싶다.